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창천의 이슈가르드/커르다스

[이슈가르드] 취하고 싶지만

이슈가르드 하층 ( 13.0 , 11.9 ) 지브리옹

 

지브리옹: 이봐, 뭐 하나 부탁 좀 하자. 계단 아래서 술 마시는 남자한테 이 따뜻한 포도주 좀 갖다 줘.
지브리옹: 저 친구는 우리 단골손님인데 얼마 전에 일자리를 잃었거든……. 상심이 클 테니 위로 차원에서 한 잔 사련다.

 

취할 수 없는 남자: 내가 왜…… 내가 뭘 잘못했다고……. 세상일이란 게 어찌 이리 허망한지…….

 

취할 수 없는 남자: ……지브리옹이 나한테?
이거 참 고맙구만……. 지금은…… 다 잊고 싶은 기분이거든…….
취할 수 없는 남자: 난 며칠 전까지만 해도 한 귀족을 섬기는 기병이었어.
그런데 그 집안 안주인이 이단자로 고발당하면서 상황이 변했지.
결국 주인 나리도 작위를 박탈당했고, 나도 해고당한 거야.
취할 수 없는 남자: 이거나 마시고 다 잊었으면 좋겠군……
……아니, 역시 관둬야겠어.
아무리 마셔봤자 지금은 취하지도 못해…….
취할 수 없는 남자: 이 따뜻한 포도주는 나 말고 내가 모시던 '몰락한 귀족'님께 작별 선물로 전해드려.
아직 '이슈가르드 비공정 승강장'에 계실 거야.
취할 수 없는 남자: 그분도 딱하시지…… 아무것도 모른 채 봉변을 당하셨으니.
약소하나마 지금까지 신세 진 보답을 하고 싶은데 얼굴을 뵈면 눈물이 터질 것 같다…… 대신 좀 부탁할게.

몰락한 귀족: ……음? 내게 볼일이 있나?
몰락한 귀족: ……그 기병이 내게 보냈다고?
그랬군…… 그 친구한테도 못할 짓을 했어…….
이단자로 고발당한 부인을 위해 나도 모든 수를 다 동원했네.
몰락한 귀족: 무죄 판결을 얻어내려 '결투재판'에도 도전했으나 고발자에게 패배해 아내의 유죄가 확정되고 말았지…….
결국 아무것도 지켜내지 못했어…… 내 힘이 모자란 탓에.
몰락한 귀족: 하지만 전쟁신이 내린 판결은 받아들이는 수밖에 없다네.
그나저나 이제 곧 탑승할 시간인데…… 내 아들이 안 보이는군.
미안하네만 같이 찾아봐 주지 않겠나?

 

몰락한 귀족의 아들: 성도를 떠나기 전에 '신성재판소'를 봐두고 싶었어요.
여긴 전쟁신 '할로네' 앞에서 '정의'를 증명하는 곳이라고 아버님께서는 말씀하셨지만…….
몰락한 귀족의 아들: 그 '정의'는 우리 어머님의 목숨을 빼앗았어요.
제가 강했더라면 어머니를 구할 수 있었을지…….
몰락한 귀족의 아들: ……이제 가야겠군요. 부르러 와줘서 고마워요, 형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