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창천의 이슈가르드/커르다스

[커르다스 서부고지] 사라진 물자 ~ 눈 속에 잠든 것*

커르다스 서부고지 ( 31.8 , 38.5 ) Z: 1.7 오리온

 

오리온: 응? 고민 있는 표정이라고?
아하하, 그렇게 심각해 보였어?
실은…… 매의 보금자리를 어떻게 재건할지 생각 중이었어.
오리온: 이 근방은 제7재해가 몰고 온 한랭화로 큰 피해를 입었어.
사람은 물론 쥐들조차 살지 않는 폐허가 되고 말았지.
오리온: 그랬던 게 최근에 이단자 토벌 거점으로 재건되기 시작한 거야.
물론 아주 좋은 일이지. 그 일에 종사할 수 있는 것도 자랑이고.
그런데 막상 해보니 재건이란 게 보통 일이 아니더라고…….
오리온: 이단자들을 상대하는 건 물론이고
귀족 간의 권력 다툼이나 원주민과의 충돌 등……
문제가 너무 많아서 사람이 턱없이 모자란 상황이야.
오리온: 바로 어제도 요새에서 보관하고 있던 물자를
누군가가 대량으로 훔쳐가 버렸어.
그런데 사람이 있어야 수사를 하든 말든…….
오리온: ……맞다! 그러고 보니, 너 모험가였지?
맞가람 골짜기에서 빼앗긴 물자를 발견하면
도로 되찾아다 줄 수 있겠어?

 

오리온: 빼앗긴 물자는 찾았어?
오리온: 맞아, 바로 이거야!
어휴~ 역시나 이단자 놈들 짓이었구나!
오리온: ……응? 뭐 이상한 게 들어있는데?
이건…… 깃털 장식이잖아. 왜 이런 게 들어있지……?
오리온: 이 깃털 장식은…… 제7재해 이전에 쓰이던 부적이네.
매의 보금자리가 평범한 산골 마을이었을 적에 만들어진 거겠지.
우리한테는 필요 없지만, 그분은 갖고 싶어 하겠어.
오리온: 매의 보금자리가 산골 마을이었을 때 물건들을 발굴하고 있는 '시갠'이라는 고지식한 아저씨가 있거든.
그분한테 가서 이 깃털 장식을 전해주지 않을래?

 

시갠: ……뭐야, 나한테 볼일 있나?
시갠: 아아…… 이거 참 반가운 물건이군…….
매의 보금자리가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시절에는 자주 보던 부적일세.
시갠: 그래, 이단자가 훔쳐갔던 짐에서 나왔단 말이지…….
……여기까지 가져와 줘서 고맙네.

 

커르다스 서부고지 ( 30.6 , 36.3 ) Z: 1.4 시갠

 

시갠: 자네가 가져다준 깃털 장식, 참으로 반갑구려.
옛 생각이 절로 나는구먼.
시갠: 여기는 이슈가르드 보초병들이 머물던 병영에서 발전한 마을이지.
그래서 비록 작지만 긴 역사를 가지고 있다네.
시갠: 드래곤족 본거지인 드라바니아와 맞닿아 있어서 많은 지혜가 다양한 형태로 전승되어 온 곳이기도 하고.
시갠: 허나…… 제7재해 이후로 기후가 크게 변하면서 마을은 눈 속에 푹 파묻히고 말았네…….
시갠: 제멜 가에서 온 목수들 덕분에 건물은 재건되고 있지만 주민들이 남긴 물건은 아직도 대부분이 눈 속에 잠들어 있네.
자네가 찾아온 깃털 장식도 그중 하나일세.
시갠: 난 그런 지난날의 흔적들을 찾아 모으고 있다네.
젊은이들은 부흥이니 뭐니 하면서 옛것은 거들떠보지도 않으니…….
시갠: 그럼 나는 다시 눈 파러 가보겠네.
자네도 뭔가 찾거든 내게 가져다주게나.
요즘 위험한 마물이 자주 나타나니 조심하고…….

 

시갠: ……진짜로 날 도와준 겐가?

시갠: ……동정이라도 상관없네.
내 심정을 생각해 행동해준 것만으로도 감사한 일이야.
시갠: 매의 보금자리가 재건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만 해도 나는 진심으로 기뻐했다네.
다시 사랑하는 고향 품에 안길 수 있을 거라 기대했지.
시갠: 하지만 교황청의 생각은 그게 아니었어.
보다시피 산촌을 없애고 요새를 재건한 걸세.
병영 같은 건물은 예전보다 훨씬 훌륭해졌지.
시갠: 산골 마을이었을 시절의 매의 보금자리는 제7재해 이후로 계속 이 눈 아래 잠들어 있다네.
시갠: 재해로 잃어버린 고향을 가슴에 묻고 성도로 삶의 터전을 옮긴 이들도 있네…….
그들을 위해서라도 나는 이렇게 추억을 되찾으려는 걸세…….